기술의 혁신은 의료계 전반에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재활 치료 영역에서 가상현실(VR)의 활약이 눈에 띈다. 현재 VR 기기는 고소공포증의 극복, 사회 기술과 대인 관계 훈련 등 정신적 측면뿐만 아니라 신체나 인지 장애에 대한 치료로도 효용성이 입증되고 있다. 분당차병원 재활치료실에서 만난 VR의 세계를 소개한다.
뇌출혈로 인한 편측마비 환자 A씨와 전윤림 재활치료사가 재활을 위해 VR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게임인 듯 치료인 듯, 재미까지 더한 재활 치료
뇌출혈로 인한 편측마비를 앓고 있는 환자 A씨는 마비된 팔을 재활하기 위해 VR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VR 기기를 플레이하자 모니터에 게임 속 화면처럼 화려한 바닷속 세계가 펼쳐졌다. ‘물고기 여섯 마리를 잡으세요!’ 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환자 A씨의 손끝에 점차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한 마리 잡았습니다.’ 정확히 여섯 마리를 잡아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발휘해 치료를 받게 되는 것도 장점이다. 입원 당시에는 마비된 팔을 움직이기 힘들어하던 A씨는 이 치료에 흥미를 느끼면서 재활에 집중했고, 치료 시작 2주 만에 팔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운동 능력이 향상되었다. 정확한 숫자만큼 미션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인지능력 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도 VR 치료가 사용되고 있다. A씨는 “기존의 재활 치료는 힘도 들고 똑같은 동작을 반복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VR 치료는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재미있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재미와 집중력, 운동 효과의 삼박자를 동시에 !
재활 치료는 동일한 동작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면서 신경을 회복하고 근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인지 기능 저하를 동반한 편측마비 환자의 경우 반복적 치료를 집중력 있게 시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단순 반복 동작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통증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VR 치료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환자가 실제 환경 속에서 운동이나 재활 훈련을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향후 활용도는 점점 높아질 전망이다.
가상현실 공간을 구현해 다양한 치료 가능
현재 분당차병원 재활치료실에서 시행하는 VR 치료는 바닷속 가상현실 세계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작살을 던지는 형식으로, 정해진 수를 지정해 기억력과 집중력을 바탕으로 팔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김민영 교수는 “분당차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VR 치료는 미션을 주어 성공과 실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환자에게 동기부여가 되며, 반복적인 동작을 집중력 있게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평소 재활 치료 시 10분 남짓의 집중도를 보였던 환자들이 VR 치료 시에는 30분 이상 치료에 전념하기도 했다.
몰입형 기기를 통해 환자에게 동기부여, 향후 프로그램 확대로 치료 효과 높일 예정
이처럼 환자들이 높은 집중력으로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분당차병원에서는 VR 기기 중에서도 몰입도가 더 높은 기기를 채택했다. VR 기기는 디스플레이의 형태에 따라 크게 몰입형과 비몰입형으로 나뉘는데, 몰입형은 일반적으로 머리에 고정하는 디스플레이 방식을 사용해 다른 외부 자극을 차단한 상태에서 3차원 환경을 체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비몰입형은 모니터에 송출된 영상을 보면서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방식이다. 또 환자들이 좀 더 다양한 상황에서 흥미롭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다른 프로그램도 제작 중에 있다. 공놀이를 이용한 가상현실, 주방에서의 상황을 재현하는 가상현실, 유리창을 닦는 가상현실 등을 치료에 도입할 예정이다.
만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4주간 작업 치료만 시행한 군과 작업 치료와 VR 치료를 같이 시행한 군을 비교했을 때 VR 치료를 같이 시행한 군이 상지 기능과 독립적인 일상생활 수행 영역에서 더 호전된 결과를 보였다.
만성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2주간의 VR 치료를 시행했을 때 손가락의 운동 범위와 속도, 동작 수행에서 치료 전보다 더 호전된 결과를 보였다. 확인된 35개의 연구에서 19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종합한 메타 분석 연구 결과 VR 치료 후 운동 기능이 14.7% 향상되었으며, 운동 기능 역시 20.1% 향상되었다. 김민영 교수 뇌졸중, 소아 재활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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