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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DNA의 미래영화로 읽는
DNA의 미래

1968년 개봉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는 태블릿 PC가, 1966년 방영한 TV 시리즈 <스타트렉>에는 휴대폰이 등장한다. 둘 다 상상 속 기술이 현실이 된 것이다. 영화가 미래를 예측한 경우도 있고,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현실로 구현한 경우도 있다. 영화 속 DNA 기술을 미리 만나보고, 앞으로 마주치게 될 쟁점도 주목해보자.



영화 속 한마디
" 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자신의 노력이다.
There's no gene for the human spirit.
"

유전자로 존엄성을 판단하는 미래 사회
<가타카>

영화 <가타카>는 유전자 변형 출산이 보편화된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타카(Gattaca)’라는 제목도 DNA 염기서열의 약자 ‘A(아데닌), C(시토신), G(구아닌), T(티민)’에서 따온 것이다. 영화 속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을 인공적 유전자 조작으로 출생한 ‘적격자’와 자연적으로 출생한 ‘부적격자’로 나눈다. 열성인자를 제거하고 우성인자로만 만든 ‘적격자’들은 지배 계층을, ‘부적격자’들은 청소부나 단순노동자 같은 비지배 계층을 이루고 있다. ‘부적격자’에 해당하는 주인공 빈센트(에단 호크)는 자신의 꿈인 우주비행사가 되지 못한다. 그러자 그는 다른 이의 이름과 생체 정보를 빌려 우주 항공사에 입사하고, 가장 우수한 인력으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토성으로 떠나는 우주 항공 테스트에 통과한다. 영화는 유전자만으로 우월성을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지며 잠재적 능력보다 더 중요한 인간의 의지를 다룬다.


Point 1
나쁜 DNA를 없애는 ‘크리스퍼 기술’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Cas9)는 유전체를 편집하는 기술이다. 크리스퍼 기술의 핵심은 크리스퍼가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찾고 카스9(Cas9) 효소가 그 유전자를 잘라내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2015년 중국의 한 연구팀은 배아에서 빈혈을 일으키는 ‘변이 헤모글로빈베타(HBB)’ 유전자를 잘라 정상 유전자로 바꿔치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생명과학자들은 <네이처>에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교정 연구를 중단하자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기초과학 연구에 한해 배아에 대한 유전자 가위 적용을 허용하는 등 여전히 과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Point 2
한 방울로 질환을 예측하는 ‘레드 바이오’

영화에서는 아이가 태어나면 발바닥에서 채취한 혈액으로 질병 가능성, 직업, 수명까지 예측한다. 주인공 빈센트는 이를 통해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하고 근시와 정신 질환을 앓을 확률이 높으며, 예상 수명은 30세라는 판정을 받는다. 이는 DNA 정보를 통해 인생 전반에 생길 수 있는 건강 문제를 예측하는 것으로, 혈액의 붉은색에서 따와 이름 붙인 ‘레드 바이오’ 기술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이 레드 바이오 기술을 ‘2019 바이오 미래 유망 기술’의 하나로 발표했다. 이는 질병을 예측하고 진단하며 치료법을 제시하는 사전 예방이 의료의 핵심 기술로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속 한마디
" 아마 우리 중 누구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Maybe none of us really understand
what we've lived through.
"

복제된 삶은 어떤 모습일까 ?
<네버 렛 미 고>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네버 렛 미 고>는 인간의 수명이 100년으로 늘어났다는 설정의 가상현실을 다룬다. 수명 연장의 비밀은 복제 인간. 고요하고 평온한 호숫가에 위치한 기숙학교에서 만난 캐시(케리 멀리건), 토니(앤드루 가필드), 루스(키라 나이틀리)는 모두 장기 기증을 위해 태어났다. 겉으로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들이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장기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위해 죽어야만 하는 운명이다. 영화는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세 청춘 남녀의 사랑과 일상을 평범하게 비춘다. 영화 각색에 참여한 원작자는 복제 인간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의 존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고 싶었다고 전했다.


Point 1
끊임없이 이뤄지는 연구, ‘체세포 복제’

체세포 복제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 과정 없이 핵을 제거한 난자에 복제 대상자의 체세포 핵을 투입해 복제 생물을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유전물질인 DNA가 담겨 있는 핵을 이용하기 때문에 대상자와 유전정보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복제’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기술로 1996년 영국에서 복제 양 돌리가, 2005년 한국에서 복제 개 스너피가 탄생했다. 배아(Embryo) 복제도 있다. 배아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결합한 수정란으로, 각종 기관이 형성되는 배아기에 배아 줄기세포를 추출해 복제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배아 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비롯한 임상 전 연구는 윤리적 문제 때문에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Point 2
인간 복제 연구 논란의 대안, ‘오가노이드’

복제 동물 연구가 성공하자 인간 복제의 문제도 현실적 고민에 빠졌다. 영화 속 주인공들 역시 ‘우리 목숨이 살린 목숨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가 인간 복제를 허용하지 않는 상황이며, 한국에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다. 그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대부분의 연구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 유사체 ‘오가노이드(Organoid)’ 연구다. 오가노이드는 신약 개발 시 동물실험보다 정확도를 높이기도 하며, 개인 맞춤 치료와 그 범위에서 병의 기전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 속 한마디
" 미래를 알고 있으니 원한다면 미래를 바꿀 수 있어요.
You know your own future, which means
you can change it if you want to.
"

DNA에 새겨진 범죄 유전자
<마이너리티 리포트>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워싱턴 D.C.를 배경으로 살인을 예측해 범인을 미리 체포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범죄예방관리국의 존 앤더튼(톰 크루즈)은 천부적 감각으로 각종 사건과 사고를 미리 막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살인 사건의 범죄자로 지목되어 하루아침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영화는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 체포한 자를 과연 범죄자로 단죄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화두를 던지며, ‘운명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대립을 강조한다. 또 영화 속에는 수많은 미래 기술이 쏟아지는데, 머리에 전극을 붙여 생각을 시각으로 전환하는 기술, 홀로그램과 가상현실, 자율주행차 등을 구현한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Point 1
범죄자가 될 운명 ? ‘범죄 유전자’

품행이 불량한 청소년과 반사회 성격장애를 가진 성인에게서 발견된 활성이 낮은 MAOA 유전자가 실제 존재하며, 이런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들은 공격성이 높다. 하지만 MAOA 유전자 타입은 환경에 따라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오류 가능성이 있다. 또 DNA는 범죄를 예측할 때 통계적 증거 가치만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Point 2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생체 인식 시스템’

영화 속에서는 안면 인식을 통해 개인의 신상 정보를 파악해 위치를 저장한다. 이러한 생체 인식 시스템은 개인의 지문, 홍채, 안면의 특이성 등 신체적 특성을 추출해 본인 여부를 비교하고 확인한다. 생체 인식에는 ‘검색’과 ‘조회’가 있는데, 검색(One to One 기술)은 제시된 특성이 누구의 것인지 비교하는 것이며, 조회(One to Many 기술)는 제시된 2개 이상의 특성이 동일인의 것인지 비교하는 것이다. 이렇듯 DNA는 생체 인식의 가장 명확한 증거를 제공하는 신체적 특성이다.



영화 속 한마디
" 물고기가 없는 곳으로는 그물을 던지지 말아야 해.
Flint, you don't keep throwing your net
where there aren't any fish.
"

대량생산한 음식이 재해가 된다면 ?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1978년 출간된 동화를 바탕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지는 꿀꺽퐁당섬 이야기다. 세상을 놀라게 할 발명품을 만들고 싶은 과학자 플린트는 ‘슈퍼 음식 복제기’를 개발한다. 처음에는 섬 주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만, 섬을 관광지로 부흥시키려는 시장의 야망으로 음식이 지나치게 많이 복제된다. 결국 슈퍼 음식 복제기는 미트볼 스파게티 토네이도를 일으켜 주민을 위험에 빠트린다. 플린트는 분명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번영을 가져다주려고 슈퍼 음식 복제기를 만들었지만, 세상은 자신의 의도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원작자 주디 배럿은 한 인터뷰에서 “현실 세계의 과학자들이 겪은 일을 패러디했다”고 강조하며,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경계는 그렇게 두껍지 않다”고 말했다.


Point 1
유전자 재조합으로 공장에서 재배하는 ‘GMO 식품’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생산량 증대, 유통, 가공상의 편의를 위해 유전 기술을 적용한 농산물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라 할 수 있는데, 어떤 생물의 유전자 중 유용한 유전자만 가져와 다른 생물체에 삽입해 새로운 품종을 만든다. 최초의 GMO 상업화 상품은 1994년 미국에서 생산한 토마토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은 물론이고 수확 후 상당 기간 단단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개발됐다. 이 외에도 미국 몬샌토사가 대두를, 스위스 노바티스사가 옥수수를 개발해 본격적으로 상품화하면서 2014년에는 대두의 94%가, 옥수수 품종의 90%가 GMO로 만들어졌다.


Point 2
유전 기술, 경제적 가치가 아닌 인류 공동의 유산

유전 기술은 바이오 의약 산업의 경제적 가치로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유전 기술을 오롯이 경제적 측면으로만 접근한다면 다양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제품의 유전자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생태계 질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 때문에 1996년 미국과 영국 등 다국적 팀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유전자 연구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버뮤다 원칙’을 정했다. 즉 DNA에 대한 정보는 인류 공동 유산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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