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분야에서 동결보존이란 세포나 조직, 기관, 개체를 장기간 보관하고 이를 다시 해동해서 냉동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려는 방법이다. 이러한 동결보존의 핵심은 세포 내에 약 90%를 차지하는 물의 처리이다.
물은 동결과정에서 날카로운 얼음결정을 형성하게 되고,이로 인해 세포막이 상처를 받아 해동 후 세포들이 죽게 된다. 얼음결정형성을 피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자들은 세포 내의 물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했고, 대표적인 것이 동결억제제 (cryoprotectant, CPA)를 이용하여 세포질 내 물을 치환시켜 빼내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glycerol과 demethyl sulfoxide (DMSO), prophandiol (PR-OH), ethylene glycol (EG) 등을 생리식염수 등에 농도별로 첨가하여 농도구배를 만들고, 삼투압을 이용하여 세포내 물과 치환시킨다. 이러한 동결억제제들은 자체적으로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의 처리시간이나 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부 또는 상당부분의 물이 제거된 세포는 액체질소나 메탄올 등과 같은 냉매를 이용하여 온도를 떨어뜨려동결하게 된다. 이 과정에는 대표적으로 완만동결법 (Slow Cooling Method)와 초급속동법인 유리화동결법(Vitrification)이 사용되고 있다.
과거 수십년전부터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인 완만동결법은 냉동기 (Freezer)라 불리는 기계내의 컴퓨터가 조절하는 센서에의해 액체질소의 공급량을 조절하거나 메탄올의 온도를 조절함으로써 동결세포나 조직의 온도를 천천히 낮추는 방법으로 얼음결정의 형성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수많은 연구에 의해 그 효율이나 안정성이 개선되어 있는 장점이 있으나, 고가의 장비와 유지 관리의 어려움이 있다. 유리화동결법은 그 이론이 약 100년전 유럽의 학자에 의해 제시된 방법으로 고농도의 동결억제제를 이용하여 세포내의 물을 상당부분 제거하고, 이를 액체질소에 바로 넣어 동결시키는 초급속 냉동법이다.
이러한 유리화동결법은 동결과정 중 세포질 내 동결억제제와 물성분이 녹아있는 유리와 같은 상태로 변화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얼음결정을 형성하지 않아 새로운 동결 방법으로 사용이 예상되었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고농도의 동결억제제를 사용해야 하는데 전술한 바와 같이 이들의 독성이 강해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가, 1985년 Rall과 Fahy가 이 동결억제제의 농도와 처리시간을 조절해서 독성을 줄이고 생존율을 올리는 방법으로 발전시킴으로 널리 사용이 되기 시작했다.
특히 유리화동결법은 동결과정에서 얼음결정이 형성되지 않는 장점 외에도 고가의 장비가 필요 없고 그 과정이 단순한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 체세포나 정자와 비교해서 포유류의 난자는 그 크기가 약 120~150μ m 정도로 약 5만배 이상의 크기이다. 따라서 다른 세포들에 비해 세포 내에 많은 물을 가지고 있고, 특히 성숙한 난자의 경우 염색체와 이를 분리하는 염색체 분열기구가 세포질 내에 직접 노출되어 있어 동결보존이 어렵다고 알려져 왔다.
과거 1986년 Dr. Chen이 완만동결법을 이용하여 난자를 동결보존한 후 시험관아기시술을 통해 수정란과 아이를 탄생시켰으나 그 성공률은 아주 미미하였고, 최근까지도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성공률이 보고되고 있었다.
1990년대 후반 동물의 난자를 대상으로 초급속동결법인 유리화 동결법이 도입되기 시작했고, 이 방법을 통해 좋은 결과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포천중문의대 차병원의 차광열 교수와 이우식 교수, 윤태기 교수팀은 이 유리화동결법을 인간의 난자 동결보존에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임상연구와 기초연구를 병행해서 사람의 난자에 적합한 난자동결 기술을 발전시켰고, 높은 생존률과 수정률, 그리고 다수의 임신 및 건강한 아기의 출산을 이루어 내어 기존의 난자 동결을 획기적으로 보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본 연구진들은 열전도율이 좋은 전자현미경용 GRID를 도입함으로써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본 동결법에서 동결액의 양을 최소로 줄여 동결속도를 올리는 것이 생존율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혀냈다.
최근 미국불임학회의 주관 잡지인 Fertility and Sterility 2003년 6월호에 게재된 내용에 따르면 난자성숙과 배란 호르몬으로 유도된 시험관아기 시술환자로부터 회수한 성숙난자중 일부는 시험관아기 시술에 사용했고, 잉여난자를 환자들의 동의를 거쳐 유리화동결법을 통해 보관하였다. 이중 첫 번째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임신에 실패한 환자 34명의 환자로터 동결보존되어있던 474 개의 난자를 해동하였다. 68.8% (325/474)의 난자가 형태적으로 생존하였고, 이들 중 61% (198/325)가 정상적인 세포질을 갖고 있어 난자세포질 내 정자 직접 주입술을 통해 수정을 시도했다.
난자의 수정률은 71.7%(142/198), 2일 후 분할률은 95% (135/142)였고, 총 28명의 환자에 배아이식을 시행해서 6명이 임신에 성공하여 임신율은 21.4%(6/28)였고, 모든 산모가 건강한 아이들을 분만하였다.
최근에 본 연구진을 포함한 많은 연구자들은 난자동결보존의 효율을 높이고자 새로운 과학기술들을 도입하고 있다. 세포내 골격구조나 염색체분열기구의 안정성을 위해 세포골격안정제를 동결액에 첨가하기도 하고, 좀더 동결속도를 올리기 위해 새로운 동결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보다 얇은 straw, cryo loop 등이 도입되고 있으나 안정성 문제가 우선적으로 검증되어야 하기 때문에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정자나 수정란처럼 난자의 냉동이 가능해짐에 따라 사회활동을 위해 출산을 미루는 여성, 유전이나 환경요인에 의해 조기 폐경의 위험의 있는 여성, 난소암이나 백혈병의 치료로 난소기능의 상실이 예상되는 여성 등에서도 난자를 미리 채취했다가 난자동결법을 이용하여 보관하고, 원하는 시기에 이를 해동시켜 임신을 유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수정란의 냉동보관은 수정란 자체가 인간 생명이 시작되는 세포라는 점에서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었으나, 난자동결법은 이 같은 윤리적-도덕적인 논란에서 일부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항암치료를 통해 난소기능의 상실이 우려되는 환자의 경우 난소 또는 일부 조직을 보관한 후 치료 후에 다시 이식을 하는 연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2001년 미국의 Dr. Oktay는 동결보존된 난소조직을 환자의 팔에 이식하여 난소기능의 일부가 회복된 것을 보고하였다.
최근에 국내에서도 이런 연구결과가 재현된 바 있어 항암치료를 받는 여성들 그중 특히 결혼 이전의 여성 환자에 희망을 주고 있다. 2002년 캐나다의 Gosden 박사팀은 실험동물인 흰쥐의 난소를 동결한 후 이식을 하여 자손을 얻은 바 있다. 이를 위해서 신장의 동결 보존에 사용되고 있는 perfusion 방법을 도입하였고, 본 병원을 포함한 국내외의 많은 연구자들이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조직이나 기관 수준의 동결보존은 세포수준에 비해 좀더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있다. 아직 연구 결과도 적고 그 방법 자체도 정립되지 않았으나, 완벽한 기능의 회복이라는 면에서 더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
이우식 교수 (2003 여연한마당 가을호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