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이 시판되기 직전에 신문광고에서 필자는 나룻배 위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무선전화기로 전화를 거는 광고를 보고 너무나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이전까지 전화란 유선전화가 거의 전부이었고 무선전화기는 집안에서 들고 다니는 무선 송수신기 정도이었으며 군의관 시절 군에서 쓰는 음감이 아주 좋지 않은 무전기가 무선에 대한 알고 있는 총 지식이었다. 무선전화기인 휴대폰은 우리의 생활의 질을 바꿔놓았다.
무선전화기는 송신기에 의해 전파가 공기를 통해 수신기에 전달되어 정보를 주고받게 된다. 이와 같은 무선통신체계가 우리의 몸에도 있다면 여러분들은 아마도 놀라시리라. 우리의 몸은 신경이라는 유선통신체계에 의해서 감각을 알게 되고 운동신경에 의해 우리의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호르몬의 작용은 무선통신체계와 매우 유사하다.
호르몬은 유선통신체계(신경계)의 도움없이 혈액을 타고 수신기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는데 송신하는 곳은 호르몬을 생산하는 뇌하수체와 난소가 해당이 되고 이곳에서 FSH와 E2라는 호르몬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 호르몬은 혈액(공기에 해당함)을 타고 다니다가 수신기가 있는 난소나 자궁내막의 수용체에 작용을 하게 된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FSH는 난소에 가서 난포라는 주머니 속의 미성숙 난자를 자극하여 성숙이 일어나게 한다. 따라서 뇌하수체는 송신기요 혈액은 공기요, FSH는 전파이며 난소의 난포는 수신기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호르몬은 신경이라는 유선장치 없이 무선으로 긴밀히 연락하면서 미성숙난자의 성숙과 배란을 이끌어 낸다.
미성숙 난자들은 월경주기당 5~20알(n)정도의 난자가 경쟁적으로 성숙이 일어나고자 노력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모든 난자가 성숙이 되는 것이 아니라 (n-1)개의 미성숙 난자들은 도중하차를 하고 단지 하나의 난자만이 성숙이 되어 배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일을 주도하는 호르몬이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FSH라는 호르몬이다. 월경시작 후 FSH는 증가를 하여 n개의 미성숙 난자를 성숙을 향해 경쟁적으로 크게 된다. 그러나 이 FSH라는 호르몬은 뇌하수체(FSH가 만들어지는 송신소)에서 E2가 많이 만들어졌다는 정보를 받고 FSH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 기전을 되먹이 기전이라고 부르는데 이 기전에 의해 약간 높아진 E2가 뇌하수체에 영향을 줘 FSH가 떨어지는데 이 FSH가 떨어짐에 따라 서로 경쟁을 하던 난포들은 거의 다 사그러져 버리게 된다. 다만 하나의 난포는 그나마 난포주머니 속에 필요한 수용체를 많이 갖고 있어 떨어진 FSH의 양으로도 성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렇게 해서 하나의 난포만이 자라게 되고 (n-1)개의 난포들은 꽃도 못피우고 사그러져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자라난 난포는 FSH에 의해 성숙이 되는데 (n-1)개의 난자도 사그러지지 않게 하려면 밖에서 FSH를 공급해 줘야 하는 것이다. 이 외부의 FSH 공급과정을 우리는 배란유도라고 부른다.
난포가 자라 2cm 정도의 크기가 되면 뇌하수체에서는 또 하나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동안 잠잠하던 LH라는 호르몬이 폭발적으로 분비가 일어난다. 이것은 갑자기 많은 양이 나오고 멈추게 되는데 이것을 LH surge(surge는 큰 파도라는 말임)라고 부른다. 이 LH의 폭발적인 분비가 크나큰 분수령이 되어 이때부터 난자는 세포분열을 시작하고 난소에서는 프로게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을 만들기 시작하고 자궁에서는 내막이 착상을 위해 변화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난소에서는 배란이라는 큰 사건이 LH 폭등 후 36~38시간 후에 일어나게 된다. 난자내에서 진행되는 세포분열은 핵분열로 LH 폭등시에 한번 일어나고 정자가 난자 속으로 들어갔을 때 다시 한번 핵분열이 일어난다.
배란이 일어나면 여성들은 아랫배에 가벼운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1/3 여성에서 느낀다고 함) 이것을 배란통이라고 부르지만 통증이라고 하기보다는 불편함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이 불편함은 난포에서 나오는 프로스타클란딘이라는 물질과 난포액이 복막을 자극하여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배란시기가 되면 여성들은 코 같은 냉이 밖으로 나온다고 얘기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것은 자궁경부에서 점액이 풍부해져서 정자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몸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액을 타고 정자들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가듯이 자궁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점액을 두 개의 슬라이드 사이에 놓고 슬라이드를 떼면 정액이 빨래줄처럼 늘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10cm이상 늘어질 때 배란시기가 가까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부점액을 슬라이드에 놓고 말리면 고사리잎 모양의 형태로 보이게 되는데 이것도 초음파 기계가 없었던 시절에는 배란을 예측하는 중요한 검사이었다.
이상으로 배란이 일어나는 과정을 살펴보았는데 이 모든 가정이 호르몬에 의해 일어나며 호르몬의 작용은 무선통신 체계와 같은 방법으로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다. |
조정현 교수님(2003년 여연한마당 가을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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