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의 새로운 기능 발견: 면역감시(Immunosurveillance)
하버드대의 병리학자들은 조혈모세포(HSC: hematopoietic stem cell)가 보다 다양하고 역동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다. 연구진에 의하면, HSC가 골수로부터 나와 혈류를 거쳐 장기로 들어가 병원체를 찾아내는 정찰임무를 수행하며, 침입자를 찾아낸 HSC는 즉시 분열하고 성숙하여 새로운 면역세포(수지상세포, 백혈구 등)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가 줄기세포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는 획기적인 것이다."라고 연구진은 말했다.
골수는 HSC가 존재하는 유일한 장소는 아니다. HSC는 간, 비장, 근육 등 골수 이외의 장소에서도 발견된다. 따라서 HSC가 혈류를 따라 전신을 순환하면서 다양한 해부학적 부위를 방문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하자가 없다. 지난 50여년 동안 과학자들은 HSC의 일부가 골수를 떠나 혈류를 따라 이동한다고 생각해 왔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관찰하기도 하였지만(Blood 97, 2278-85), 줄기세포가 이러한 역할을 하는 이유와 혈류로 들어간 줄기세포가 거치는 여정(旅程)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하버드대의 연구진은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고자 연구에 착수하였다.
연구진은 마우스의 흉관(thoraic duct)으로부터 림프샘플을 채취하였다. 흉관은 림프계의 주요 구성요소로서 인체의 과잉체액이 순환계로 유입되는 곳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흉관은 일종의 생리학적 빗물펌프장이라고 부를 수 있다. 연구진은 HSC를 궁극적으로 림프계로 운반하는 모종의 과정이 존재할 것이라는 추론에 근거하여 연구를 개시하였다. 연구진은 대량의 흉관액 샘플을 검사한 후에 소량의 세포들이 조혈모세포와 동일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형광현미경을 통하여 HSC를 탐지할 수 있도록 유전자조작된 마우스를 이용하여 심층분석을 한 결과, 이러한 세포들은 간, 심장, 폐 등의 조직에도 산재(散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HSC가 골수로부터 나와 혈류를 거친 다음 혈관을 빠져나와 조직으로 들어가는 경로가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진에 의하면 흉관은 조직의 HSC를 다시 순환계로 되돌리는 역할을 하고, HSC는 혈류를 거쳐 다시 골수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HSC가 이러한 여정을 거치는 이유가 무엇이며, 이 과정에서 HSC가 수행하는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HSC가 조직에 36시간 동안 머문 후에 흉관으로 배출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HSC가 모종의 감시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하여, 마우스의 조직에 세균의 내독소(endotoxin)을 주입하여 보았다. 그 결과 며칠 이내에 감염된 부위에서 전문화된 면역세포의 집락이 형성되었다. "전형적인 면역반응은 국소의 전문화된 면역세포를 고갈시키는 경우가 있다. HSC세포는 이러한 전문적 면역세포의 결원을 보충해 주는 것으로 보인다. 즉, HSC는 국지적인 면역결핍 현상을 감지하여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연구진이 마침내 이러한 관찰결과를 설명하는 분자적 메커니즘을 발견하였다는 점이다. HSC는 장기조직에 잠시 머문 후에 모종의 신호를 받아 림프관을 거쳐 흉관으로 배출된다. 이 신호전달물질은 SP1(sphingosine-1-phosphate0)이라는 지질이며, HSC는 이를 인식하는 S1P1이라는 수용체를 보유하고 있다. 간질조직의 체액은 저농도의 S1P을 보유하는 데 반하여, 림프액과 혈장은 고농도의 S1P를 보유하기 때문에 농도구배가 형성되어, HSPC가 조직으로부터 림프관 안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내독소의 존재는 정상적 신호전달과정을 교란한다. HSC의 수용체가 병원체를 감지하여 활성화되면 HSC가 신호를 받는 능력이 차단된다. 이렇게 되면 HSC는 조직 내에 부착되어 증식을 거쳐 면역세포로 분화하게 된다.
그렇다면 HSPC가 국소조직의 병원체를 인식하는 도구(수용체)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하여, Nagai 등은 HSPC가 TLR2와 TLR4를 발현한다고 밝힌 바 있다.(Immunity 24, 801-812) TLR2와 TLR4는 그람양성세균의 펩티도글리칸/lipoteichoic acid와 그람음성세균의 LPS를 각각 감지하는데, 그들에 의하면, in vitro에서 HSP를 TLR 리간드와 함께 배양한 결과 HSPC가 증식하여 골수세포로 분화하였다고 한다. 이는 HSC가 골수 이외의 조직에서 외부의 침입자를 만나 이펙터세포(effector cell)로 분화하는 것을 매개하는 것이 TLR2와 TLR4임을 입증하는 증거이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HSC는 단지 면역세포를 생성하는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면역계의 일부분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체가 병원체와 싸우는 방식을 연구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으로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암과 기타 질병이 이러한 과정을 교란시키는 방법에 대하여 연구할 예정이다.
"Physiological recirculation of hematopoietic stem and progenitor cells through blood, lymph and extramedullary tissues", Cell, November 30, 2007.
출처 : Cell, November 3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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