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stem cell)가 암의 기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영국과 오스트리아, 미국, 호주의 과학자들에 의해 발견됐다. 연구 결과는 영국의 저명한 학술지 “네이쳐 유전학(Nature Genetics)”, 온라인 속보란, 2006년 12월 31일자(doi : 10.1038/ng1941)에 소개됐으며 같은 학술지 인쇄판, 2월호(39권, 2호)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암 발달 과정에서 줄기세포가 담당하는 역할에 대해서 지금까지 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쟁이 있어왔다. 이번 연구 결과의 요지는 배아 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s)에서 가역적으로 억제되는 유전자들이 암에서는 영구적으로 유전자 침묵(gene silence) 상태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암이 줄기세포로부터 유래할 수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연구진은 배아 줄기세포에서 발견되는 PcG 단백질(Polycomb group protein)에 의해 억제되는 유전자 177 가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PcG 단백질이란 배아 줄기세포가 세포의 분화(differentiation)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 요구되는 유전자들을 가역적으로 억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77 가지의 유전자들이 메틸화(methylation)라는 DNA의 변화 기전에 노출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에 대한 효소의 변화(enzymatic modification) 기전으로 암 발생과 관련된다고 알려져 있다.
PcG 단백질이 표적으로 삼는 유전자들이 그렇지 않은 유전자들에 비해 DNA 메틸화 상태에 놓여 있을 가능성은 무려 12 배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수치는 PcG의 표적 유전자들이 암 발생 기전에 특히 많이 관여한다는 것으로 줄기세포가 암 발생의 기원으로 작용한다는 증거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DNA 메틸화는 영구적인 유전자 침묵으로 이어지는데 이로 인해 배아 줄기세포가 정상적으로 분화할 수 있는 길은 완전히 차단되고 만다. 이 같은 정상적인 분화 능력의 상실은 암세포의 전형적인 특성으로 줄기세포가 암의 씨앗이 되는 셈이다. 발표된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할 때, 암의 시작이 지금까지 학자들이 생각한 시기보다 훨씬 더 이른 때에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