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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즐기는 가을, 너무 즐기면 우울증된다
작성일
200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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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많은 사람들이 낙엽이떨어지고， 아침 기운이 차가워지는 가을이 되면 문득 마음이 차분지면서 다소 가라앉기도 하고, 또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한다. 혼자서 사색의 시간을 갖다 보면 어느 덧 고독이라는 감정에도 쉽게 빠져든다．특히나 외로운 사람들에게 고독이란 감정은 번식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서식지가 된다.
고독이 깊어지면서 무기력과 자신감 저하 한 30대 초반의 여성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별로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여성이었으나 문제는‘외로움’이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시집을 가서 평상시 어울릴 만한 사람도 별로 없는 데다, 사귀던 남자친구와 작년에 헤어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가을이 되면서 그녀는 맑은 가을 하늘과 아름다운 갈색 낙엽이 자신을 달래주는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의 외로운 마음 같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전환되면서 깊은 고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낙엽이 더 떨어지고 바람이 더욱 차갑게 느껴지면서‘또 한 해가 가는구나’하는 생각에 그녀는 자신감을 잃기 시작했다. 스스로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 같고, 이대로 가다가는 누군가를 만나 함께 산다는 것도 어려울 것 같았다. 잠이 늘어가고 누워만 있고 싶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짜증이 나고, 일하기조차 싫어져 직장에서는 예전처럼 일을 할 수 가 없다고 했다.
고독과 우울증은 밀접한 관계 위와 같은 사례처럼 실제로 가을에 우울증이 증가된다는 보고가 많다. 특히 여름에 기분이 좋았던 사람들이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계절적 우울증은 주로 북유럽의 햇빛이 부족한 나라에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경우에서 계절적 우울증이 발견된다. 고독과 우울증은 관련이 있는데, 고독이 짙어지면 우울증으로 발전한다. 많은 예술가들은 고독을 예술로 승화시켰으며, 예술로 승화한 경우라도 우울증으로 발전한 경우도 많다. 노인과 바다의 헤밍웨이도 우울증을 앓았다. 그는 외로운 시골 어촌에서 사람들과 동떨어진 채 고기잡이에 몰두하면서 상어와의 싸움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소설을 썼다. 소설에서처럼 헤밍웨이는 외로움과 고독을 극복하는 모습을 그리며 자신의 고독감을 투영했던 것이다.
인간에게 고독은 필수적, 우울은 불필요 사실 고독은 인간에게 필요한 감정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 고독을 느끼는 시간은 힘들고 엉켜있던 사람들 사이의 실타래를 하나하나 푸는 작업이기도 하며 짙은 고독은 다시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전환되어 사람에 대한 사랑과 욕구를 만들어준다. 대인관계의 관점에서 보면 고독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다르다. 고독은 단지 외로울 뿐, 우울증처럼 직업적인 기능의 저하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만들지 않는다. 반면 우울증은 수면과 식욕에 변화를 크게 만들며 사회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또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지나쳐 자살충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고독을 즐기되 자신감을 잃거나 자학하지 말아라 유명한 심리학자 에릭슨(Erickson)은‘인간의 발달 과제 중 하나가 친밀감을 느끼느냐, 고립되느냐’라고 말했다. 사람은 사람들과 친밀감을 유지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고독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를 깊게 느끼고 이 힘든 과정을 천천히 극복해보자. 고독에서부터 천천히 빠져나올 때 이것이 오히려 사람들과 깊은 친밀감을 맺도록 하는 동력이 된다. 단,자신에 대한 평가를 나쁘게 하지 말자. 미래에 대한 불확실감도 할 수 있다는 노력으로 전환하도록 하자. 고독을 느끼면서 잘 먹지도 않고 자신을 학대하면서 미래에 대해 염세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힘든 우울증으로 빠질 뿐, 자신에게는 득이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