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치나 흑염소, 개소주 등이 산모에게 좋다는 말 또한 다 근거 없이 나도는 얘기입니다. 가물치는 문헌에 성질이 차갑다고 되어 있으며, 부종과 수종에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창상이 있는 경우에는 금지시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부종과 수종은 주로 콩팥 기능의 이상으로 다리 쪽에 부기가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전신에 나타나는 산모의 부기와는 경우가 다릅니다.
출산 후에는 너무 뜨겁거나 찬 성질의 음식은 먹지 못하게 금하고 있습니다. 산모는 맑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특히 요즈음에는 제왕절개 시술로 출산하는 경우가 많고 자연분만시에도 회음부 절개를 하기 때문에 기름기가 아주 많은 가물치탕은 산모가 더더욱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흑염소와 개소주가 만병통치약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임신부와 산모도 이것을 보약으로 복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염소는 성질이 크게 뜨겁고 개는 따뜻하여 열병을 앓고 난 후 100일 안에 염소를 달여 먹으면 다시 열이 나고, 열병을 앓고 난 후 바로 개를 먹으면 능히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임신 중에는 더욱 먹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임신 중에 염소를 먹게 되면 아이가 열이 많다고 되어 있으며, 개를 먹으면 아이가 말을 못한다는 기록까지 있습니다.
물론 염소와 개는 몸이 허하고 위장이 좋지 않아 기력이 없을 때에 먹으면 다시 기력이 생기고 뼈에도 영양분이 공급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효능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탈이 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일, 민간에 몸에 좋다고 전해지는 음식은 그만큼 신중을 기해서 복용해야 합니다.
▣ 산후조리원의 산후보양식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전문적으로 산후 조리를 도와주는 기관이 생겨난 것은 산모의 건강을 위해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전문 기관인 만큼 좀더 과학적으로 체계 있게 산후조리를 할 수 있는 이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산후조리원에서도 산후보양식이라 하여 호박중탕이나 가물치탕 등을 제공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요컨대 산모나 그 가족들이 그러한 산후보양식 제공을 원하기 때문이랍니다. 말하자면 그러한 음식이 산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은 채 무조건 손님을 끌기 위한 미봉책으로 보양식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건강은 그 누구도 책임져 줄 수 없는 일입니다.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사는 우리 스스로 옳고 그름을 바로 판단할 줄 아는 지혜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